까마귀의 잔신 마지막 지문
-레이첼
지금 해석해 낸건 이런 거야,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니, 너희들이 우선 대강 봐봐.
내가 마지막 회로를 잘 이어준다면 더 온전한게 있을거야.
>이게 도대체......
>어떤 사람이 접경도시에 오는걸까?
-안화
내용이 너무 분산되어있어,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는 단지 나팔, 도망자, 기체, 관과 같은 키워드뿐이야.
그 이상한 비디오 단편은, 마치 정찰기에 의해 아무렇게나 찍힌 것 같군.
나름대로 참고 가치는 있으나, 그들의 진정한 목적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해.
초보적으로 추측하자면 이 불청객들은 무언가를 가지고, 접경도시로 오는 길이야.
난 각 도시 경계를 강화하도록 통지하지,
어쨌든 상대가 적인지 친구인지는 아직 모르니까.
그리고 나팔......아무렇게나 쓴 비유가 아니라면......
외부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연락해야겠어.
레이첼, 그쪽은 끝났나?
-레이첼
이야, 과학 연구를 하는 일은 재촉하면 안된다구,
내가 이 손을 조금만 떨어도, 이전의 공로가 다 없어져 버릴거야.
또 내가 너희들한테 이 작은 까마귀는 무슨 간단한 정찰기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이건 신기인 것 같아.
그렇게 쉽게 너한테 격추됐다면ㅡ
레이첼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원래 고철 같던 기계 까마귀가 갑자기 귀를 찌르는듯 길게 울었다.
뚫린 날개가 심하게 흔들렸고, 칠흑 같은 기계가 자연 법칙을 어기고 날기 시작했다.
기계장치가 회전하는 소리를 따라, 외눈박이 모양의 렌즈에서 한 단락의 영상이 투사되었다ㅡ
-독안자
준비 완료, 알릴 일은 전부 칩에 넣어두었으니,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습니다.
-단비자
응, 즉시 후긴을 접경도시로 파견하지, 우리의 시간은 많지 않아.
-재소자
시간이 많지 않은데도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많이 쓰다니, 직접 가는 게 좋지 않아?
우물쭈물하다가, "인간"이 못알아들을지도 모른다구.
-단비자
우리의 목적은 불화를 일으키는게 아니라, 협력의 기회를 찾아 나팔에게 함께 대항하는 것이다.
가급적 신중하게, 충돌을 피해야 해.
-독안자
길에서 주운 《세기의 문호 창작 지침서》에 의하면,
이것은 일종의 함축적이고 신중하고 예의 바른 고급 표현방식으로, "상위 계층"의 인간에게 적합합니다.
비록 "상위 계층"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높은 층에 있는 사람을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후긴의 비행 고도를 보면, 그들은 옥상에서 기다려야만 접촉할 수 있겠죠, 어쨌든 인간은 날지 못하니까요.
-치료자
이해하지 못하는건 문제가 아냐, 그들에게 우리의 선의와 진심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만약 우리가 조심하지 못해서 싸운다해도, 우리는 반격해선 안돼,
어쨌든 한 조각 한조각 분해되어도 우리는 죽지 않을 거야!
맞아맞아, 너 조금 말해보지 않을래?
모처럼 그들에게 인사하는건데.
-실격자
............안녕.
-독안자
수록완료, 지금부터 선발임무 수행합니다, 목표고정, 접경도시.
카메라는 기계 까마귀의 이륙으로 인해 바뀌어서, 편지를 보낸 자(발신자)들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바람소리가 들쑥날쑥 연구실 안을 울렸다.
-치료자
아, 그리고 한 마디 하는거 잊어버렸다!!!
영상이 끊기고, 공중을 날고 있는 기계 까마귀는 가볍게 안화의 총알을 피했다.
-후긴
모두 적이 아니라고 했는데, 왜 때리는거야.
-안화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지? 중앙청에는 정체불명의 협력자가 필요하지 않아.
-후긴
서두르지 마, 큰 쇳덩이들이 곧 도착할테니까,
그 때 다시 잘 알면 돼.
후긴이라는 이름의 까마귀는, 연구소의 환기창으로 날아갔고,
그 영상 속에서 빠뜨린 말을 남겼다ㅡ
"접경도시, 우리가 간다!"